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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와 햄버거 공장

출석번호 28번은 별다른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도권 내에 있는 사 년제 대학교에 들어갈 만한 성적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던 28번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 때문이었다. 동영상은 소비자고발 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평상시 자주 사먹던 매점 햄버거의 패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패티는 사람이 먹기엔 불편한 재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는 내내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그 다음날 28번은 친구들과 함께 ..
출석번호 28번은 별다른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도권 내에 있는 사 년제 대학교에 들어갈 만한 성적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던 28번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 때문이었다. 동영상은 소비자고발 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평상시 자주 사먹던 매점 햄버거의 패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패티는 사람이 먹기엔 불편한 재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는 내내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그 다음날 28번은 친구들과 함께 또 다시 햄버거를 사먹었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전날 보았던 동영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모두 그 동영상을 보았지만 위험성까지는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먹고 안 죽으면 그만이라는 말 한마디로 불량 햄버거 문제는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28번은 달랐다. 먹고는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가슴 한쪽에 담아두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의 머리론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량 햄버거에 대한 고민도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해결책이라고 해봐야 28번이 할 수 있는 건 안 먹는 것뿐이었다. 매점에서 서성대던 28번이 입맛을 다시며 발길을 돌렸을 때였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원피스가 매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반가워하며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그러면서도 뭔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원피스에게 28번이 어딜 가냐고 물었다. 원피스는 28번에게 담배를 피우느냐고 되물었다. 마침 한 개비 피우고 싶었던 28번은 친구를 믿고 그를 따라나섰다.
김형준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도둑고양이」 「10년 후」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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