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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후, 철호와 미경은 자동차를 타고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다. 아파트에서 장을 보러 나설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돌아와 보니 지하주차장 근처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세워져 있다.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섣불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지도 못한 채 둘은 자동차 안에서 상황을 내다본다. 그런 그들 쪽으로 아래층에 사는 영성씨가 다가온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하주차장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철호와 미경은 상황이 정리되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주차를 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곳으로 내려가는 게 너무나 불안하다. 주차를 시켜놓은 뒤 둘은 짐을 들고 차에서 내린다. 십구 층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후, 철호와 미경은 자동차를 타고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다. 아파트에서 장을 보러 나설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돌아와 보니 지하주차장 근처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세워져 있다.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섣불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지도 못한 채 둘은 자동차 안에서 상황을 내다본다. 그런 그들 쪽으로 아래층에 사는 영성씨가 다가온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하주차장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철호와 미경은 상황이 정리되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주차를 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곳으로 내려가는 게 너무나 불안하다.
주차를 시켜놓은 뒤 둘은 짐을 들고 차에서 내린다. 십구 층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까 만난 영성씨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경비실에 갔다 오는 길이다. 궁금하긴 철호도 마찬가지다. 집에 들어가는 걸 잠시 미룬 채 그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지하주차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알려준다. 십 층에 사는 아저씨가 지하주차장으로 도망을 쳤는데 쫓아온 아줌마가 그의 목을 물어뜯어 죽였다는 것이다. CCTV카메라에 찍힌 화면으로 살인현장을 지켜보았던 경비원에 의하면 가해자인 아줌마가 아저씨의 살을 물어뜯어 질겅질겅 씹어 먹더라는 것이다. 십 층 아줌마는 임신 중인 상태였다.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갑자기 급증한 사건사고에 도시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가 되고 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바로 임신부들이다. 새 생명을 잉태한 그녀들이 갑자기 좀비와 같은 괴물로 변해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현상이다. 세상은 드디어 종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 2012년 제2회 북팔스마트폰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작
김형준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도둑고양이」 「10년 후」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에서 활동 중.
이메일 : mc7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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