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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섬

출발은 감옥섬이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찾다보니까 자연스레 섬을 떠올리게 되었고, 거기에 공간의 폐쇄성을 강조하려다 보니까 감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면 육지와 더욱더 고립되게 만들 수 있겠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낸 뒤에는 인물을 설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등장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던 중,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제 나름대로 만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일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결과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마도 통일이 되면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이 남한으로 내..
출발은 감옥섬이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찾다보니까 자연스레 섬을 떠올리게 되었고, 거기에 공간의 폐쇄성을 강조하려다 보니까 감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면 육지와 더욱더 고립되게 만들 수 있겠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낸 뒤에는 인물을 설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등장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던 중,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제 나름대로 만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일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결과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마도 통일이 되면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이 남한으로 내려올 것이며, 그러다 보면 갑의 횡포에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을들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고, 가끔 욱하는 성격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하는 북한 출신 노동자들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던 것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김기철이라는 인물은 이렇게 상상을 해본 결과 탄생한 등장인물입니다. 남한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부모님이 죽임을 당했지만 그에겐 돌봐야 할 여동생이 있다는 식으로 인물의 역사도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동생인 김혜민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고, 좀 더 뻗어나가 그 주변 인물들도 하나씩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거대한 힘의 논리에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작중인물과 비슷한 고통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일들이 줄어들어 결국엔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의 마침표를 찍어봅니다.
김형준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10년 후〉 〈세 번째 옵션〉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 '200칸 이야기'에서 활동 중.
저서로는 장편소설 《인비보 프로젝트》, 소설집 《도둑고양이》가 있음.
이메일 : mc7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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