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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 대작전

얼마 전에 수능시험을 보았던 규철은 며칠째 PC방에 들락거리고 있었다. 평상시 집에서는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고,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선생님 눈에 띌 만한 짓은 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재수라는 난관에 부딪치게 된 것이었다. 난생 처음 좌절을 맛보게 된 그는 복잡해진 마음을 게임이라도 하면서 풀어보려고 했다. 칼과 방패로 몬스터를 죽이고 저격용 라이플로 적을 사살하기 전에 그는 먼저 필후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의 집’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카페에 들어가 규철은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을 살펴보았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같이 살면서 중학교 때까지 붙어 다녔던 필후는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위해 예술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얼마 전에 수능시험을 보았던 규철은 며칠째 PC방에 들락거리고 있었다. 평상시 집에서는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고,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선생님 눈에 띌 만한 짓은 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재수라는 난관에 부딪치게 된 것이었다. 난생 처음 좌절을 맛보게 된 그는 복잡해진 마음을 게임이라도 하면서 풀어보려고 했다. 칼과 방패로 몬스터를 죽이고 저격용 라이플로 적을 사살하기 전에 그는 먼저 필후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의 집’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카페에 들어가 규철은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을 살펴보았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같이 살면서 중학교 때까지 붙어 다녔던 필후는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위해 예술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규철과 떨어지게 되었다. 비록 다른 학교로 가게 되어 자주 만날 순 없게 되었지만 두 친구는 카페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예전에 올려놓았던 게시물을 보면서 규철이 추억에 잠겨 있는 동안 새글이 올라왔다는 표시가 생겨났다. 필후가 남겨놓은 게시물에는 오늘 시간이 되면 만나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3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등을 차지했던 필후는 기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마친 뒤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식 앨범을 발표하고 데뷔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 이후엔 만나고 싶어도 당분간 어려울 테니까 지금 여유가 있을 때 만나자는 것이었다. 규철은 그렇게 하자고 댓글을 남긴 뒤 블로그에서 나와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수많은 스팸메일 중에서 이상한 제목의 메일이 하나 눈에 띄었다. 규철이 그 메일을 클릭하자 모니터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화면 중간에 버튼이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그 버튼을 누르자 규철은 평행우주를 넘어 다른 버전의 지구로 가게 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는 규철 앞에 최 하사라는 여자 군인이 나타나 필후에 대해 물어보았다. 얼떨떨한 상황에서 그는 묻는 말에 대답을 했다. 사지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금방이라도 천장이 무너질 것처럼 사방이 흔들리고 있었다. 겁에 질려 당장 풀어달라고 외치자 그는 하얀빛에 휩싸여 원래 자기가 살던 세계로 돌아왔다. 그 과정이 마치 악몽을 꾸었던 것 같았다. 규철은 멍한 정신으로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요즘 들어 여러 가지 힘들고 복잡했던 일들 때문에 악몽을 꾸었던 걸 거라고 생각했다. 필후와 만나면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갑자기 군용 지프차가 나타나더니 중앙선을 넘어 버스를 향해 돌진했다. 승객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지프차가 사라지면서 버스가 앞차를 들이박는 사고가 났다. PC방에서 겪었던 악몽에 이어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규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승객들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도 방금 전에 지프차가 사라지는 걸 보았다. 백미러에 비친 불가사의한 일 때문에 사고를 낸 것이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만 그 장면을 본 것도 아니었다. 주말을 앞두고 종로3가에 놀러 나온 많은 사람들도 그걸 보았다. 그 주위는 순식간에 경찰과 기자들로 복잡해졌다.
규철은 버스에서 빠져나와 가까스로 길을 건너가 피아노거리로 향했다. 필후가 저쪽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려고 하는데, 두 친구 사이에 빛으로 만들어진 벽이 나타났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거대한 로봇 손이 벽을 뚫고 나와 규철을 위협했다. 놀란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에 벽 건너편에선 필후의 절규가 들려왔다. 규철한테 빨리 도망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로봇 손에 붙잡혀 벽으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규철은 필후를 찾아 피아노거리는 물론이고 그 일대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어디에도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10년 후〉 〈세 번째 옵션〉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 '200칸 이야기'에서 활동 중.
저서로는 장편소설 《인비보 프로젝트》, 소설집 《도둑고양이》가 있음.
이메일 : mc7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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