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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하우스

사채 빚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PC방에서 무언가를 검색해보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그가 찾고 있는 건 함께 동반자살을 할 사람이었다. 개인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고 남자는 즉시 이메일을 보냈다. 솔직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었는데 답장메일이 도착했다. 우선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눠보자는 내용이었다. 요청에 따라 메신저에 접속해보니 상대방은 여고생이었다. 자살을 결심한 여고생은 오래 전부터 담아놓았던 계획을 남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녀의 계획 중 자살 장소는 강원도 오지마을에 있는 별장 근처였다. 별장엔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삼십여 년 전에 지어진 별장은 한 차례의 화마로 불 타 없어진 뒤 다시 지어지긴 했지만, 그때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 나타난다는 소문 때문에 흉..
사채 빚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PC방에서 무언가를 검색해보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그가 찾고 있는 건 함께 동반자살을 할 사람이었다. 개인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고 남자는 즉시 이메일을 보냈다. 솔직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었는데 답장메일이 도착했다. 우선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눠보자는 내용이었다. 요청에 따라 메신저에 접속해보니 상대방은 여고생이었다.
자살을 결심한 여고생은 오래 전부터 담아놓았던 계획을 남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녀의 계획 중 자살 장소는 강원도 오지마을에 있는 별장 근처였다. 별장엔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삼십여 년 전에 지어진 별장은 한 차례의 화마로 불 타 없어진 뒤 다시 지어지긴 했지만, 그때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 나타난다는 소문 때문에 흉가 비슷하게 방치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남자로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는 당장 내일 오후 다섯 시까지 돈을 갚으라는 협박문자와 전화를 수십 통 받은 뒤였다. 자살을 결심한 남자와 여고생은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어떤 이들이 자살을 꿈꾸고 있는 동안에 다른 곳에선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도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타고 내려온 형국과 선희는 저녁을 먹으러 가는 중이었다. 형국은 선희와 만난 지 일주년이 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큰 맘 먹고 레스토랑을 예약해놓았고, 로맨틱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예약 시간이 끝나갈 즈음 선희도 선물을 준비했다며 무언가를 꺼냈다. 극장 티켓처럼 생긴 그것은 한 케이블방송국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용지였다. 이벤트는 어이없게도 흉가체험이었다. 프로그램 제목도 ‘고스트 하우스’였다.
형국으로선 기뻐할 수가 없었다.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지만, 형국은 다음날 선희와 함께 방송국 앞에 세워져 있는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촬영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10년 후〉 〈세 번째 옵션〉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 '200칸 이야기'에서 활동 중.
저서로는 장편소설 《인비보 프로젝트》, 소설집 《도둑고양이》가 있음.
이메일 : mc7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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