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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플라이

우주장례라는 문화가 생겨난 지 올해로 십이 년째 되었다. 고인을 특수한 금속관에 안치하여 우주로 쏘아올리는 장례식은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였다.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일반인은 꿈도 꿔볼 수 없는 이 장례문화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일반인은 우주장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해가 바뀔수록 일반인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첫 번째 사례가 발생한 건 벌써 십 년 전이었다. 그날 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로켓의 잔해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금속관을 실어 우주로 날아갔던 로켓은 원래 공해상으로 떨어지도록 설정해놓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전혀 엉뚱한 곳으로 추락지점이 바뀌기도 했다. 첫 번째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무려 세 번에 걸쳐서 잔해가 떨어..
우주장례라는 문화가 생겨난 지 올해로 십이 년째 되었다. 고인을 특수한 금속관에 안치하여 우주로 쏘아올리는 장례식은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였다.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일반인은 꿈도 꿔볼 수 없는 이 장례문화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일반인은 우주장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해가 바뀔수록 일반인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첫 번째 사례가 발생한 건 벌써 십 년 전이었다.
그날 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로켓의 잔해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금속관을 실어 우주로 날아갔던 로켓은 원래 공해상으로 떨어지도록 설정해놓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전혀 엉뚱한 곳으로 추락지점이 바뀌기도 했다. 첫 번째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무려 세 번에 걸쳐서 잔해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특권층과 언론은 이 일을 사건이 아닌 단순 사고로 처리해버렸다. 그곳에 살던 쌍둥이 남매는 졸지에 그날 밤 고아가 되어버렸다. 어린 남매를 서로에게 떠넘기던 일가친척들은 할머니에게 두 아이를 맡겨버렸다.
할머니는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두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 안았지만 남매가 모두 착하게 자라준 건 아니었다. 쌍둥이 오빠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개망나니였던 반면에 여동생은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우등생이었다. 특히 그녀는 과학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에 한국유전자연구재단에서는 그녀를 과학영재 지원프로그램에 포함시켜주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곳에 갈 수가 없었다. 이유는 할머니의 불치병 때문이었다. 그즈음 증세가 더욱더 악화되었던 상황이라 여동생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이었던 그때, 연구원인 조명준 박사가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 그는 할머니에게 연구재단에서 진행하는 임상실험에 참여해주는 조건으로 모든 치료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연구재단이 있는 건물엔 종합병원도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일 년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건강을 많이 회복하고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원인을 할머니가 죽기 두 달 전에 연구재단 측에서 이식한 관찰용 전자칩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연구재단 측에서는 불치병과 노환을 이유로 들었다. 아무도 그녀의 주장을 믿지 않는 가운데 전자칩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자칩에 들어 있던 진실을 그녀는 드디어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은 전자칩이 원인이 아니었다. 대신 할머니가 죽기 보름 전에 이상한 약물이 투약되었으며 그로 인해 모든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진실이 데이터로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이 년 동안 쌍둥이 남매는 오로지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왔는데…….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10년 후〉 〈세 번째 옵션〉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 '200칸 이야기'에서 활동 중.
저서로는 장편소설 《인비보 프로젝트》, 소설집 《도둑고양이》가 있음.
이메일 : mc7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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