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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섬 ver 2.0

십오 년 전에 있었던 이 차 서해 대참사는 북한 군부에서 벌인 최후의 발악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북한은 너무나 자연스레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북한은 붕괴되었고 많은 수의 인민들이 한꺼번에 남한으로 내려오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어떠한 대비도 하지 못한 남한의 위정자들은 이들을 받아들이길 꺼려했고, 급기야 군의 판단에 맡기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군 통수권자의 판단은 무기한 보류였다. 이에 북한 인민들은 항의하기 시작했고 그 불씨는 빠르게 번져나갔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요 사태가 일어나자 군은 그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댔다. 아직 통일에 대한 절차가 해결되지 않았던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중엔 혜민이의 부모님도 끼어 있었다. 오..
십오 년 전에 있었던 이 차 서해 대참사는 북한 군부에서 벌인 최후의 발악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북한은 너무나 자연스레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북한은 붕괴되었고 많은 수의 인민들이 한꺼번에 남한으로 내려오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어떠한 대비도 하지 못한 남한의 위정자들은 이들을 받아들이길 꺼려했고, 급기야 군의 판단에 맡기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군 통수권자의 판단은 무기한 보류였다. 이에 북한 인민들은 항의하기 시작했고 그 불씨는 빠르게 번져나갔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요 사태가 일어나자 군은 그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댔다. 아직 통일에 대한 절차가 해결되지 않았던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중엔 혜민이의 부모님도 끼어 있었다. 오빠인 기철과 함께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혜민이는 남한에 적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처음엔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남한을 증오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오심도 차츰 누그러졌다. 그러면서 혜민이는 한 가지 꿈을 키웠다. 바로 가수가 되고자 하는 꿈이었다. 북한에 있을 때도 예술단 단원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가수를 꿈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는 그런 여동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도 꿈을 이룰 수 있게 열심히 뒷바라지해주었다. 그렇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던 와중에 혜민이에게 한 남자가 접근을 해왔다. 남자는 혜민이를 가수로 데뷔시켜주겠다면서 명함을 주고 오디션 볼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 이 기쁜 소식을 혜민이는 오빠에게 바로 알렸지만 그는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 동생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대신하고 있는 오빠 말을 고분고분 들을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남자를 만나러갔다.
동생이 어떻게 나오리라는 걸 기철은 잘 알고 있었다. 한편으론 자신이 너무 과잉보호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동생을 찾아 그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 연예기획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모텔 건물이 보란 듯이 기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철은 무작정 건물로 들어가 주인을 닦달했다. 호수를 알아낸 기철은 동생이 있는 방으로 뛰어 올라갔고, 동생이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한 순간에 문을 박차고 현장을 급습했다.
혜민이에게 그때 일은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중에 하나였다. 급습해 들어온 오빠 덕분에 혜민이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철은 죄인 신세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칼로 공격해 들어온 남자가 어이없는 실수로 죽게 된 결과 기철이 가해자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경찰이 들어왔고, 북한 출신 노동자는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종신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법정에선 아무도 남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국선변호사마저 남매의 편이 아니었다. 적당한 선에서 대충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오빠는 그렇게 감옥섬에 있는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김형준
2013년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럭키 데이〉 〈10년 후〉 〈세 번째 옵션〉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풀밭동인회', '200칸 이야기'에서 활동 중.
저서로는 장편소설 《인비보 프로젝트》, 소설집 《도둑고양이》가 있음.
이메일 : mc7409@naver.com
비호책방 : https://www.youtube.com/channel/UCnWAkniLnP8d3ekgL53zp5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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