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6

헬싱의 후예들 上

김형준 | 유페이퍼 | 3,000원 구매
0 0 452 10 0 62 2019-06-13
철기는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못 자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보려고 누워서 눈을 감긴 했지만 밤까지 이어진 불볕더위에 짜증만 날 뿐이었다. 중간 세기로 해놓은 선풍기에선 급기야 뜨거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짜증이 극에 달한 철기가 바람의 세기를 강으로 조절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할 사람은 영식말고는 없었다. 이 시간에 웬일일까 생각하면서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귀에 갖다 대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데, 낯선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그 낯선 목소리는 자신의 이름을 김덕규라고 소개한 뒤 지금 당장 텔레비전을 켜보라고 말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철기는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에선 속보가 나오고 있..

클론

김형준 | 유페이퍼 | 2,500원 구매
0 0 541 14 0 44 2019-06-04
십 년 전, 인간의 생체 장난감으로 삼십 년이란 세월을 살아온 클론이 인간의 손에 의해 버림을 당했다. 클론은 아동형으로 아홉 살 나이 이상으론 자라지 않도록 유전자가 변형되어 있는 모델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겉모습과 달리 지적 수준은 시간과 함께 변한다는 것이었다. 아홉 살 나이의 외모를 한 삼십 년짜리 클론은 결국 지하도시 외곽에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버림을 당한 지 일주일 만에 외곽을 순찰하던 문지기가 소년을 발견해 지도자에게 데리고 갔다. 십 대 후반의 모습으로 유전자가 변형된 지도자도 소년과 마찬가지로 삼십 년이 된 클론이었다. 출시년도가 같은 소년과 지도자는 지하도시를 살 만하게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소년의 제안으로 인간에게서..

대한영웅전기

김형준 | 유페이퍼 | 3,000원 구매
0 0 548 10 0 16 2019-06-03
1941년 여름, 주인공 김철기와 그를 돌봐주고 있는 광복군 조성욱이 함께 호차(胡差)섬에 있는 율도국(律島國)의 홍길동을 만나, 일본이 개발한 최첨단 핵잠수함인 앵무조개가 건조 중인 장소와 대략적인 생김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 이 정보는 일 년 전, 철기의 배다른 누이인 김영숙과 그녀의 연인이자 파트너인 김 씨가 함께 캐낸 것이었다. 일 년 전 둘은 군마현(群馬縣)에 위치한 노조리 호수에서 앵무조개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던 중, 일본군에게 들켜 다니가와 산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그 와중에 영숙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구미호로 변하게 되고, 김 씨는 그런 그녀를 안전하게 돌봐주기 위해 뒤를 쫓는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영숙은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김 씨와 사..

감염의 속도

김형준 | 유페이퍼 | 3,500원 구매
0 0 457 4 0 77 2019-06-03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조짐은 이미 보름 전부터 있었다. 그 당시 뉴스에서는 독감이 유행하고 있으니 노약자와 어린아이는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런 내용의 뉴스를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는 뉴스에 사람들은 또 다시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강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평상시에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서 독감주의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비정규직이라서 도움을 청할 데도 없었다. 이 주 후에는 꼼짝없이 쫓겨나게 된 강준은 복잡한 심정으로 친구들을 만났다. 약속장소인 포장마차엔 수영..

감옥섬

김형준 | 유페이퍼 | 4,500원 구매
0 0 484 20 0 34 2019-05-02
출발은 감옥섬이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찾다보니까 자연스레 섬을 떠올리게 되었고, 거기에 공간의 폐쇄성을 강조하려다 보니까 감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면 육지와 더욱더 고립되게 만들 수 있겠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낸 뒤에는 인물을 설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등장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던 중,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제 나름대로 만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일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결과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마도 통일이 되면 ..

이상현상

김형준 | 유페이퍼 | 4,000원 구매
0 0 392 16 0 29 2019-04-24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어느 화창한 일요일 오후, 철호와 미경은 자동차를 타고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다. 아파트에서 장을 보러 나설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돌아와 보니 지하주차장 근처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세워져 있다.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섣불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지도 못한 채 둘은 자동차 안에서 상황을 내다본다. 그런 그들 쪽으로 아래층에 사는 영성씨가 다가온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하주차장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철호와 미경은 상황이 정리되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주차를 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곳으로 내려가는 게 너무나 불안하다. 주차를 시켜놓은 뒤 둘은 짐을 들고 차에서 내린다. 십구 층에 있는 집으로 ..

제5구역

김형준 | 유페이퍼 | 4,000원 구매
0 0 431 30 0 41 2019-04-17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는 바깥과 달리 반지하 셋방엔 햇살이 비치지 않는다. 우중충한 분위기의 방 안에서 최홍수가 잠을 자다 깨어난다. 악몽을 꾼 듯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다. 홍수는 오늘 가기로 한 MT에 정말 참여하고 싶지가 않다. MT는 고등학교 때 활동했던 연극부 선후배와 동기들이 만나는 모임에서 가기로 한 것이었다. 작년 가을에 회장으로 선출되었던 이남철이 모임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엔 의욕을 보였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불참 의사를 보이는가 싶더니 결국 참가자가 회장을 포함해 여섯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수까지 빠지겠다고 하면 남철의 반응이 어떠할지 그는 눈에 선하다. 마침 남철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빨리..

무덥고 끈적끈적한

김형준 | 유페이퍼 | 4,000원 구매
0 0 448 9 0 46 2019-04-11
유독 까탈스러운 심사자들의 까다로운 눈을 거쳐 2차 심사에 오른 작품은 모두 여섯 편이었다. 한보라씨의 『육성호텔』, 전이환씨의 『네가 나를 알아?』, 정혁용씨의 『살아내고 있나요? 살아가고 있나요?』, 황현진씨의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김형준씨의 『무덥고 끈적끈적한』, 김주연씨의 『쇼 주식회사』. 여섯 편 모두 기존의 보편성이나 형식을 반복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사소하지만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소설들로 보였다. 김형준씨의 『무덥고 끈적끈적한』과 김주연씨의 『쇼 주식회사』는 모두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두 소설 모두 대화로 서사를 이끌고 있는데, 대화는 텍스트의 일부이지만 사실 소설에서 가장 두렵게 다뤄야 할 텍스트이다. 따라서 대화도 문학적 가공과 ..

좀비와 햄버거 공장

김형준 | 유페이퍼 | 4,000원 구매
0 0 418 13 0 55 2019-03-16
출석번호 28번은 별다른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도권 내에 있는 사 년제 대학교에 들어갈 만한 성적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던 28번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 때문이었다. 동영상은 소비자고발 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평상시 자주 사먹던 매점 햄버거의 패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패티는 사람이 먹기엔 불편한 재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는 내내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베이지색 토끼 꿈

김형준 | 유페이퍼 | 4,000원 구매
0 0 515 4 0 48 2019-03-01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나서 그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면 언제나 항상 내 모습이 드러나 있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떨 때는 나의 어릴 적 시절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의 이십 대 혹은 삼십 대 모습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죠.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품 속에 나의 모습이 들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정말이지 공개된 장소에서 벌거벗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그것도 나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창피한 건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4편의 중편소설은 나의 삼십 대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 듯하네요. 그때의 희망과 좌절을 다시 보니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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